영어 연극, 배낭여행, 어학연수와 인턴십을 지나, 영어는 어느새 내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나의 진로도 자연스레 영어를 가르치는 방향으로 흘러갔죠.
처음 영어를 가르쳤을 때
처음 영어를 가르쳤을 때, 나는 정말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영어를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뿐,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죠.
그러나 수업 시간,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하나하나 따라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고 따뜻한 존재들이었고, 내게는 상상할 수 없는 에너지를 주었죠.
영어 수업 시간에 선생님을 바라보는 학생들
제자들이 전해준 감사의 말
기억에 남는 순간이 하나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고등학생은 초등학생 때 내가 가르쳤던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는 내게 이렇게 말했죠.
“선생님, 정말 감사해요. 지금은 학원 안 다니고 혼자서 영어 공부를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영어를 즐기고 있었고,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 아이가 자신의 방식대로, 즐겁게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뻤습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이렇게 말씀하시며 웃으셨어요.
“선생님, 영화 대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너무 신기해요.”
그 어르신이 그렇게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내가 가르친 영어로 누군가가 삶에서 변화를 느끼고 자신감을 찾는다는 건 정말 보람 있는 일이죠. 학생들이 나에게 주는 이 기쁨과 감사는 언제나 내 삶에 달콤한 양념처럼 스며들어, 나를 더 풍요롭게 만듭니다.
이제는 줌 화면 너머로 멀리 있는 학생들을 만납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그들 역시 나에게 많은 에너지를 주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화면 속에서도 여전히 반짝이는 그들의 눈빛은 나에게 끊임없이 길을 밝혀주는 빛이 되어주죠. 나는 그 빛 속에서 길을 찾고 있습니다.
화면 너머로 영어를 배우는 학생과 선생님
수업 전과 후에 던지는 두 가지 질문
하루하루 수업을 준비하면서, 나는 늘 묻습니다.
‘오늘은 어떻게 하면 더 즐겁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울 수 있을까?’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나 자신에게 되묻습니다.
‘오늘 내가 아이들에게 배운 것은 무엇일까?’
학생들에게서 배운 것
내가 만난 학생들은 이렇게 다양합니다.
작은 손짓으로 영어를 배우며 깔깔대는 유치원생들
아이처럼 즐겁게 영어를 익히는 초등학생들
때로는 까칠해도 목표를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중고등학생들
꿈과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시도하는 대학생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된 엄마들
이제야 여유를 갖고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어르신들
그들 각자의 삶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웁니다.
어떤 이는 나에게 ‘조금 느려도 괜찮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어떤 이는 ‘틀려도 계속 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어떤 이는 ‘배움은 언제나 따뜻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영어 수업 시간에 선생님을 바라보는 학생들
이제 나는 영어를 가르치며, 학생들로부터 그들만의 삶의 태도와 경험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움 속에서 나는 점점 자라갑니다.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 같지만, 사실 나도 그들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학생들 앞에 섭니다.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나도 그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의 빛을 따라가며, 나도 내 길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어 공부 방법 5가지|꾸준히 실천하는 하루 10분 영어 공부
영어 공부를 시작할 때는 의욕이 넘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공부해도 막상 영어 문장을 말하려면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기도 합니다.
효과적인 영어 공부 방법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짧은 문장을 듣고 따라 읽으며, 배운 표현을 직접 사용하고, 매일 꾸준히 복습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많은 양을 공부하기보다 하루 10분씩 실천하는 습관부터 만들어 보세요.
24년 동안 다양한 학습자와 영어를 공부하며 느낀 점은 영어 실력을 키우려면 지식뿐 아니라 반복해서 연습할 기회와 꾸준히 이어 갈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실천하기 쉬운 방법 5가지를 소개합니다.
1. 영어 공부 방법, 마음가짐부터 바꿔 보세요
우리는 한국어를 능숙하게 사용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글을 읽고 쓰는 일도 자연스럽게 해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한국어를 잘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 듣고 말하며 반복해서 익혔기 때문에 지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어를 잘한다고 해서 영어가 저절로 쉬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언어를 반복해서 익히고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영어 학습에도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영어를 못한다고 자신을 탓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연습부터 시작해 보세요. 처음에는 한 문장을 듣고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 꾸준히 이어 가는 것입니다.
익숙한 언어를 배우듯 영어도 듣고 읽고 말하는 연습을 꾸준히 이어 가세요.
2.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영어 공부 방법 5가지
영어 공부는 한 가지 방법만 반복하기보다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를 서로 연결해 연습하면 좋습니다. 아래 표에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부터 시작해 보세요.
영어 공부 방법
실천 방법
추천 대상
듣고 따라 읽기
짧은 문장을 듣고 3~5회 소리 내어 읽기
발음과 듣기가 어려운 학습자
문장 속에서 단어 익히기
새 단어로 예문 1~2개 만들기
단어가 잘 기억나지 않는 학습자
나만의 문장 만들기
배운 표현을 내 일상에 맞게 바꾸기
영어로 말하기 어려운 학습자
쉬운 영어 글 읽기
짧은 이야기나 수준에 맞는 글 읽기
독해 기초를 쌓고 싶은 학습자
하루 10분 복습
배운 문장과 표현을 매일 다시 확인하기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기 어려운 학습자
첫째, 짧은 영어 문장을 듣고 따라 읽기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단계라면 긴 글보다 짧고 쉬운 문장부터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음성을 먼저 듣고, 발음과 리듬을 따라 하며, 마지막에는 문장을 보지 않고 말해 보세요.
I can do it. — 나는 할 수 있어요.
It is a beautiful day. — 아름다운 날이에요.
I am learning English. — 나는 영어를 배우고 있어요.
한 번 읽고 끝내지 말고 여러 번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눈으로만 공부할 때보다 입으로 직접 표현하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 단어를 문장 속에서 익히기
단어를 하나씩 외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단어가 실제 문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함께 익히면 활용하기가 더 쉽습니다.
영어 문장
뜻
학습 포인트
I learn English.
나는 영어를 배워요.
learn의 기본 쓰임 익히기
I learn something new every day.
나는 매일 새로운 것을 배워요.
단어를 늘려 문장 확장하기
새로운 단어를 배울 때마다 짧은 예문을 하나씩 적어 보세요. 단어의 의미와 쓰임을 함께 익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셋째, 배운 표현으로 나만의 문장 만들기
영어 표현을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다릅니다. 배운 문장을 자신의 생활과 연결해 직접 바꿔 말해 보세요.
I like coffee. — 나는 커피를 좋아해요.
I like music. — 나는 음악을 좋아해요.
I like learning English. — 나는 영어 배우는 것을 좋아해요.
처음부터 복잡한 문장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익숙한 문장 틀에 단어를 바꾸어 넣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매일 한 문장씩 직접 만들어도 좋은 연습이 됩니다.
넷째, 자신의 수준에 맞는 영어 글 읽기
너무 어려운 글을 읽으면 모르는 단어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쓰게 됩니다. 처음에는 짧은 영어 이야기, 쉬운 대화문, 자신의 수준에 맞는 성경 영어 문장처럼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선택해 보세요.
문장 전체를 먼저 읽어 봅니다.
모르는 단어와 표현을 확인합니다.
문장의 의미를 이해한 뒤 소리 내어 읽습니다.
마음에 드는 문장 한 개를 골라 다시 읽거나 써 봅니다.
읽기와 듣기, 말하기, 쓰기를 서로 연결하면 배운 영어를 여러 방식으로 연습할 수 있습니다.
영어를 공부하는데도 실제 대화에서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공부한 내용을 직접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단어와 문법을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문장을 소리 내어 읽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바꾸어 말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공부 시간을 무조건 늘리기보다 듣기, 따라 읽기, 문장 만들기, 복습을 균형 있게 실천해 보세요. 자신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찾고 꾸준히 이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5. ChalEnglish와 함께 영어와 말씀을 배우기
ChalEnglish는 영어를 배우며 말씀을 읽고, 말씀을 읽으며 하나님을 더 알아가는 영어 학습 공동체입니다. 영어는 그 자체만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복음을 알아가고 전하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성경 영어 문장을 읽고, 단어와 표현을 익히고, 말씀을 필사하거나 직접 소리 내어 읽는 활동을 통해 영어와 말씀을 함께 배울 수 있습니다. 혼자 공부하기 어렵다면 작은 목표를 정하고 함께 실천하는 챌린지와 공동체 활동도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영어 실력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 한 문장을 읽고, 한 표현을 배우고, 한 걸음씩 도전해 보세요.
마무리: 오늘부터 나만의 영어 공부 방법을 실천해 보세요
영어 공부는 단기간에 모든 것을 완성하는 일이 아닙니다. 짧은 문장을 듣고 따라 읽기, 단어를 문장 속에서 익히기, 나만의 문장 만들기, 쉬운 글 읽기, 하루 10분 복습하기부터 시작해 보세요.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속도로 꾸준히 배우는 것입니다. 오늘 배운 한 문장이 내일의 자신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ChalEnglish | 잘하는 영어, 그리고 도전하는 영어.
자주 묻는 질문(FAQ): 영어 공부 방법
1. 영어 공부는 하루에 얼마나 해야 하나요?
영어 공부를 처음 시작한다면 하루 10~20분처럼 부담이 적은 시간부터 시작해 보세요. 중요한 것은 한 번에 오래 공부하는 것보다 꾸준히 실천하는 것입니다. 듣기, 따라 읽기, 문장 만들기, 복습을 짧게 나누어 연습할 수 있습니다.
2. 왕초보는 어떤 영어 공부 방법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왕초보라면 쉬운 영어 문장 듣기와 따라 읽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I can do it.”처럼 짧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고, 문장 속 단어와 표현을 익힌 뒤 자신의 상황에 맞게 바꾸어 말해 보세요. 기초 문법과 어휘도 함께 익히면 도움이 됩니다.
3. 영어 단어를 외워도 금방 잊어버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단어를 뜻만 외우고 실제 문장에서 사용하지 않으면 기억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단어를 예문과 함께 익히고, 직접 문장을 만들어 보세요. 하루 뒤와 며칠 뒤에 다시 확인하는 복습 습관도 단어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4. 영어 문법과 회화 중 무엇을 먼저 공부해야 하나요?
문법과 회화는 서로 보완하는 영역이므로 어느 한쪽만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초 문법으로 문장 구조를 이해하면서 짧은 영어 문장을 듣고 말하는 연습을 함께 해 보세요. 배운 문법을 실제 문장에 적용하면 문법 지식과 표현 능력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5. 영어 공부를 혼자서도 꾸준히 할 수 있나요?
혼자서도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목표가 너무 크거나 학습 과정을 점검하기 어려우면 중단하기 쉽습니다. 하루 학습량을 작게 정하고, 공부한 문장을 기록하고, 정기적으로 복습해 보세요. 혼자 실천하기 어렵다면 함께 공부하고 진행 상황을 나누는 학습 공동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6. 성경 영어로 영어 공부를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네. 성경 말씀에 관심이 있다면 자신의 영어 수준에 맞는 짧은 성경 구절로 영어 공부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영어 문장을 읽고, 주요 단어와 표현을 익히고, 소리 내어 읽거나 필사해 보세요. 처음에는 쉬운 구절과 짧은 문장부터 시작하고, 필요에 따라 기초 문법과 발음도 함께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7. 영어 공부를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먼저 현재 학습 방법과 목표가 자신의 수준에 맞는지 점검해 보세요. 새로운 내용을 계속 배우기만 하기보다 이전에 공부한 표현을 복습하고, 배운 문장을 직접 말하거나 써 보는 연습을 추가해 보세요. 학습 기록을 남기면 작은 변화와 성장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작성자 소개
잘쌤 | ChalEnglish
영어영문학 전공 및 교사 자격을 바탕으로 24년간 다양한 학습자에게 영어를 가르쳐 왔습니다. ChalEnglish에서 영어 학습과 성경 말씀을 연결하고, 혼자 공부하는 부담을 함께 성장하는 도전으로 바꾸는 방법을 나눕니다.
2편. 여름, 무대, 그리고 어색한 기차 안의 침묵
@pexels by saad alawi
영어와 첫사랑 같은 시절을 보내고, 나는 대학생이 되었다.
어딘가에는 꼭 소속되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던 그때,
나는 얼떨결에 영어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무더웠던 1학년 여름 내내,
나는 발음 연습, 긴 영어 대사 외우기, 무대 동선, 억양, 표정까지
전혀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새롭게 경험하게 되었다.
모든 게 낯설고 버거웠지만, 이상하게 재미있고 신기했다.
하지만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대사 외우기.
양이 많아서,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도 완벽히 외우지 못했다.
다행히 상대 배우였던 선배의 재치 있는 애드리브 덕분에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조용하고 수줍은 성격이었던 나는
연극 연습을 하면서 조금씩 변해갔다.
솔로 조명을 받으며 혼자 독백을 하는 장면에서도
떨리지 않았고, 수줍지도 않았다.
참 이상했다.
그저 여름 내내 연습했을 뿐인데,
마치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어 있는 듯했다.
영어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 사랑은 내 성격까지도 조금씩 활발하게 바꾸고 있었다.
“다음엔 뭘 할 수 있을까?”
나에게 그런 기대가 생긴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pexels by Hannu Rainio
대학 2학년 여름방학,
단짝 친구와 유럽 배낭여행을 가기로 계획했다.
알바를 하며 여행 경비를 모았고,
여행 책자에 줄을 치고 메모를 하며
30일이 넘는 여정을 세심하게 준비했다.
이제 진짜 영어를 사용할 시간이었다.
나는 주로 듣고, 친구는 내가 들은 걸 말해주었다.
우리는 서로의 귀와 입이 되었다.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기차 안에서 싱가포르에서 온 또래 친구 두 명을 만났다.
간단히 소개를 주고받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도했지만
곧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말을 알아듣기가 어려웠고,
우리도 그들도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정적 속에서 우리는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우리는 그 시간을 고마워하게 되었다.
‘진짜 영어를 공부해야겠구나.’
영어를 진심으로 마주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배낭여행은 나에게 큰 전환점이었다.
새로운 도시, 낯선 언어, 다른 음식과 예절,
이 모든 것이 나의 시야를, 사고를,
그리고 영어를 대하는 마음까지 완전히 확장시켜 주었다.
그 어색한 기차 안의 침묵은
나를 영어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게 만든
소중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영어는 더 이상 책 속 언어가 아니었다.
삶을 통째로 바꾸는, 살아 있는 언어가 되어가고 있었다.
@pexles by alexandre saraiva carniato
1편: 영어라는 이름의 첫사랑
영어가 어렵다구요?
왜요?
혹시, 영어를 사랑해 본 적은 있으신가요?
나는 올해 쉰이 되었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어’는 여전히 내 일상이다.
처음 영어를 만난 건 중학교 1학년.
알파벳도, 파닉스도 몰랐던 내가
영어를 처음 들은 순간은,
마치 사랑에 빠지는 순간처럼 강렬했다.
담임 선생님은 젊고 예쁜 처녀 선생님이셨다.
첫 시간, 웃으며 말하셨다.
“Good morning, everyone!”
@pexels by Gru
그 한마디가… 너무 아름다웠다.
영화에서 듣던 영어와는 전혀 달랐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매 수업이 기다려졌다.
나는 조용한 아이였다.
눈에 잘 띄지도, 손을 번쩍 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영어시간만큼은 달랐다.
두근거렸고, 설렜고,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싶었다.
영어가 내게 처음으로 **“하고 싶다”**는 마음을 준 과목이었다.
그래서 꾸준히 했고,
그래서 더 좋아졌고,
그래서 결국, 영어로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까지 자랐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되었다.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고,
영어로 소통하는 캐나다 남편과 사랑에 빠졌고,
지금도 영어를 매일 듣고, 말하고, 배우며 살아간다.
@pexels by Alexander Dummer
가끔 생각한다.
만약 그날,
선생님의 목소리가 아름답지 않았다면
영화 속 영어가 낯설고 무서웠다면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영어가 어렵게 느껴질 때면,
그 시절을 떠올린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그날의 나를.
영어가 어렵다고요?
그러면… 한번 사랑해 보세요.
아마 모든 게 조금 달라질 거예요. �
@pexels by cottonbro studio
2편. 여름, 무대, 그리고 어색한 기차 안의 침묵
@pexels by saad alawi
영어와 첫사랑 같은 시절을 보내고, 나는 대학생이 되었다.
어딘가에는 꼭 소속되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던 그때,
나는 얼떨결에 영어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무더웠던 1학년 여름 내내,
나는 발음 연습, 긴 영어 대사 외우기, 무대 동선, 억양, 표정까지
전혀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새롭게 경험하게 되었다.
모든 게 낯설고 버거웠지만, 이상하게 재미있고 신기했다.
하지만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대사 외우기.
양이 많아서,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도 완벽히 외우지 못했다.
다행히 상대 배우였던 선배의 재치 있는 애드리브 덕분에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조용하고 수줍은 성격이었던 나는
연극 연습을 하면서 조금씩 변해갔다.
솔로 조명을 받으며 혼자 독백을 하는 장면에서도
떨리지 않았고, 수줍지도 않았다.
참 이상했다.
그저 여름 내내 연습했을 뿐인데,
마치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어 있는 듯했다.
영어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 사랑은 내 성격까지도 조금씩 활발하게 바꾸고 있었다.
“다음엔 뭘 할 수 있을까?”
나에게 그런 기대가 생긴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pexels by Hannu Rainio
대학 2학년 여름방학,
단짝 친구와 유럽 배낭여행을 가기로 계획했다.
알바를 하며 여행 경비를 모았고,
여행 책자에 줄을 치고 메모를 하며
30일이 넘는 여정을 세심하게 준비했다.
이제 진짜 영어를 사용할 시간이었다.
나는 주로 듣고, 친구는 내가 들은 걸 말해주었다.
우리는 서로의 귀와 입이 되었다.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기차 안에서 싱가포르에서 온 또래 친구 두 명을 만났다.
간단히 소개를 주고받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도했지만
곧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말을 알아듣기가 어려웠고,
우리도 그들도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정적 속에서 우리는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우리는 그 시간을 고마워하게 되었다.
‘진짜 영어를 공부해야겠구나.’
영어를 진심으로 마주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배낭여행은 나에게 큰 전환점이었다.
새로운 도시, 낯선 언어, 다른 음식과 예절,
이 모든 것이 나의 시야를, 사고를,
그리고 영어를 대하는 마음까지 완전히 확장시켜 주었다.
그 어색한 기차 안의 침묵은
나를 영어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게 만든
소중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영어는 더 이상 책 속 언어가 아니었다.
삶을 통째로 바꾸는, 살아 있는 언어가 되어가고 있었다.
@pexles by alexandre saraiva carniato
3편. 어색한 영어에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
배낭여행.
그 자유롭고 낭만적인 단어 안에는
사실 ‘어색함’이라는 조용한 그림자가 숨어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혀끝에서 맴돌기만 했고,
‘Excuse me’ 하나 꺼내기까지
숨을 몇 번이나 들이쉬었다.
내 마음과 말 사이엔 낯선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이 나를 자극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진짜 영어를 배워야겠다.”
연수를 결심했다.
우선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다.
이른 새벽,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마음만은 들떠 있었다.
영어연수라는 새로운 여정의 티켓을
조금씩 손에 쥐고 있다는 기분.
이미 다녀온 친구의 조언을 받아
지역과 학교를 정했고,
드디어 출국 날이 다가왔다.
@pexels by Jason Toevs
혼자 타는 첫 비행기,
처음 만나는 낯선 이의 집에서의 홈스테이,
새로운 언어, 새로운 문화, 새로운 하루.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나는 믿었다.
‘나는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결과를 가지고 돌아오자.’
그리고 정말,
좋은 홈스테이 아주머니를 만났고,
친절한 선생님들과 따뜻한 친구들이 나를 반겨줬다.
마치 나를 위한 무대가 준비된 것처럼.
이제 나는 그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일본인 친구를 사귀었다.
둘 다 영어가 모국어는 아니었기에
실수해도 부담 없이 웃으며 넘어갈 수 있었다.
그 친구와 보내는 시간은
언어 연습이면서도 마음을 나누는 진짜 대화였다.
친해지는 속도만큼 영어도 조금씩 자연스러워졌다.
주말이면 교회에 갔다.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여행도 함께 다니며
조금씩 낯선 공간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
한국어를 최대한 쓰지 않으려 애썼고,
그만큼 영어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 속도도 빨라졌다.
수업 시간엔 선생님께 발음 교정을 요청했고,
집에서는 홈스테이 아주머니에게
사소한 표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질문했다.
일본인 친구와는 말 그대로 영어로 살아갔다.
매주 화요일은 ‘영화의 날’이었다.
영화관 입장료가 놀라울 만큼 저렴했던 날.
영화를 보고, 영어를 듣고,
스크린 속 이야기를 따라 상상하고
내 말로 흉내내 보던 시간.
그 하루가 한 편의 수업이었고,
하루의 휴식이었다.
@pexels by Jay Brand
여름엔 공원에서 무료 셰익스피어 연극이 열렸다.
잔디에 앉아 햇살과 함께 즐기던 영어 연극.
언어를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역 축제도 빼놓을 수 없었다.
체리 한 봉지를 1달러에 사서
주머니 가득 넣고 천천히 걷던 거리.
그 모든 순간이,
말보다 깊은 영어 공부였다.
그렇게 어느덧
귀국 날짜가 다가왔다.
‘이제 좀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쉬움이 진하게 밀려왔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또 다른 기회로 이어졌다.
@pexels by Nick Kwan
복학 후, 원어민 교수님의 소개로
미국 인턴십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번엔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기회.
그곳에서 만난 곳이 바로 Lake Tahoe.
맑고 푸른 물,
작지만 깊은 그 호수는
내가 진짜 영어를 ‘쓰며 살아가는’ 공간이 되어주었다.
@pexels by Garrett johnson
처음에 Harrah’s Hotel의 아케이드에서 일했다.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관광객부터 현지인까지
수많은 억양과 속도의 영어가
나를 스쳐 지나갔다.
처음엔 어려웠다.
하지만 모르는 표현은 적어두고
쉬는 시간에 동료에게 물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내가 쓰는 영어의 ‘톤’이 생겼다.
미국 친구들과는
스페인어를 섞어가며 대화하기도 했고,
현지 직원들과는 일상의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가까워졌다.
이제 영어는 더 이상
시험을 위한 언어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듣고
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언어가 되었다.
그 여름,
나는 중고차를 샀고
운전면허 실기시험을 준비하며
진짜 현지인처럼 살았다.
길을 잃은 날도 있었고,
고객과 오해로 눈물 흘린 날도 있었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내 안의 ‘작은 서울’을 깨고
‘조금 더 넓은 나’를 만들어주었다.
그때 만난 친구들과는
지금도 SNS로 안부를 나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은 여전히 나에게
영어를 말하는 언어가 아니라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언어로 만들어 준
소중한 사람들이다.
@pexels by Roberto Nickson
4편. 가르치며 배우는 시간
영어 연극, 배낭여행, 어학연수와 인턴십을 지나, 영어는 어느새 내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나의 진로도 자연스레 영어를 가르치는 방향으로 흘러갔죠.
처음 영어를 가르쳤을 때,
나는 정말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수 있을지,
그 확신이 없었습니다.
영어를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뿐,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죠.
그러나 수업 시간,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하나하나 따라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고 따뜻한 존재들이었고, 내게는 상상할 수 없는 에너지를 주었죠.
@pexels by Cafer SEVİNÇ
기억에 남는 순간이 하나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고등학생,
그는 초등학생 때 내가 가르쳤던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는 내게 이렇게 말했죠.
“선생님, 정말 감사해요. 지금은 학원 안 다니고 혼자서 영어 공부를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영어를 즐기고 있었고,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 아이가 자신의 방식대로, 즐겁게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뻤습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선생님, 영화 대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너무 신기해요.”
라고 말씀하시며 웃으셨어요. 그 어르신이 그렇게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내가 가르친 영어로 누군가가 삶에서 변화를 느끼고, 자신감을 찾는다는 건 정말 보람 있는 일이죠.
학생들이 나에게 주는 이 기쁨과 감사는 언제나 내 삶에 달콤한 양념처럼 스며들어, 나를 더 풍요롭게 만듭니다.
이제는 줌 화면 너머로 멀리 있는 학생들을 만납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그들 역시 나에게 많은 에너지를 주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화면 속에서도 여전히 반짝이는 그들의 눈빛은 나에게 끊임없이 길을 밝혀주는 빛이 되어주죠.
나는 그 빛 속에서 길을 찾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수업을 준비하면서, 나는 늘 묻습니다.
‘오늘은 어떻게 하면 더 즐겁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울 수 있을까?’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나 자신에게 되묻습니다.
‘오늘 내가 아이들에게 배운 것은 무엇일까?’
작은 손짓으로 영어를 배우며 깔깔대는 유치원생들,
아이처럼 즐겁게 영어를 익히는 초등학생들,
때로는 까칠해도 목표를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중고등학생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된 엄마들,
그리고 이제야 여유를 갖고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어르신들.
그들 각자의 삶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웁니다.
어떤 이는 나에게 ‘조금 느려도 괜찮다’는 걸,
어떤 이는 ‘틀려도 계속 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어떤 이는 ‘배움은 언제나 따뜻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pexels by Pixabay
이제 나는 영어를 가르치며, 학생들로부터 그들만의 삶의 태도와 경험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움 속에서 나는 점점 자라갑니다.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 같지만, 사실 나도 그들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학생들 앞에 섭니다.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나도 그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의 빛을 따라가며, 나도 내 길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1편: 영어라는 이름의 첫사랑
영어가 어렵다구요?
왜요?
혹시, 영어를 사랑해 본 적은 있으신가요?
나는 올해 쉰이 되었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어’는 여전히 내 일상이다.
처음 영어를 만난 건 중학교 1학년.
알파벳도, 파닉스도 몰랐던 내가
영어를 처음 들은 순간은,
마치 사랑에 빠지는 순간처럼 강렬했다.
담임 선생님은 젊고 예쁜 처녀 선생님이셨다.
첫 시간, 웃으며 말하셨다.
“Good morning, everyone!”
@pexels by Gru
그 한마디가… 너무 아름다웠다.
영화에서 듣던 영어와는 전혀 달랐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매 수업이 기다려졌다.
나는 조용한 아이였다.
눈에 잘 띄지도, 손을 번쩍 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영어시간만큼은 달랐다.
두근거렸고, 설렜고,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싶었다.
영어가 내게 처음으로 **“하고 싶다”**는 마음을 준 과목이었다.
그래서 꾸준히 했고,
그래서 더 좋아졌고,
그래서 결국, 영어로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까지 자랐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되었다.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고,
영어로 소통하는 캐나다 남편과 사랑에 빠졌고,
지금도 영어를 매일 듣고, 말하고, 배우며 살아간다.
@pexels by Alexander Dummer
가끔 생각한다.
만약 그날,
선생님의 목소리가 아름답지 않았다면
영화 속 영어가 낯설고 무서웠다면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영어가 어렵게 느껴질 때면,
그 시절을 떠올린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그날의 나를.
영어가 어렵다고요?
그러면… 한번 사랑해 보세요.
아마 모든 게 조금 달라질 거예요. �
@pexels by cottonbro studio
2편. 여름, 무대, 그리고 어색한 기차 안의 침묵
@pexels by saad alawi
영어와 첫사랑 같은 시절을 보내고, 나는 대학생이 되었다.
어딘가에는 꼭 소속되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던 그때,
나는 얼떨결에 영어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무더웠던 1학년 여름 내내,
나는 발음 연습, 긴 영어 대사 외우기, 무대 동선, 억양, 표정까지
전혀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새롭게 경험하게 되었다.
모든 게 낯설고 버거웠지만, 이상하게 재미있고 신기했다.
하지만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대사 외우기.
양이 많아서,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도 완벽히 외우지 못했다.
다행히 상대 배우였던 선배의 재치 있는 애드리브 덕분에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조용하고 수줍은 성격이었던 나는
연극 연습을 하면서 조금씩 변해갔다.
솔로 조명을 받으며 혼자 독백을 하는 장면에서도
떨리지 않았고, 수줍지도 않았다.
참 이상했다.
그저 여름 내내 연습했을 뿐인데,
마치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어 있는 듯했다.
영어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 사랑은 내 성격까지도 조금씩 활발하게 바꾸고 있었다.
“다음엔 뭘 할 수 있을까?”
나에게 그런 기대가 생긴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pexels by Hannu Rainio
대학 2학년 여름방학,
단짝 친구와 유럽 배낭여행을 가기로 계획했다.
알바를 하며 여행 경비를 모았고,
여행 책자에 줄을 치고 메모를 하며
30일이 넘는 여정을 세심하게 준비했다.
이제 진짜 영어를 사용할 시간이었다.
나는 주로 듣고, 친구는 내가 들은 걸 말해주었다.
우리는 서로의 귀와 입이 되었다.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기차 안에서 싱가포르에서 온 또래 친구 두 명을 만났다.
간단히 소개를 주고받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도했지만
곧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말을 알아듣기가 어려웠고,
우리도 그들도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정적 속에서 우리는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우리는 그 시간을 고마워하게 되었다.
‘진짜 영어를 공부해야겠구나.’
영어를 진심으로 마주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배낭여행은 나에게 큰 전환점이었다.
새로운 도시, 낯선 언어, 다른 음식과 예절,
이 모든 것이 나의 시야를, 사고를,
그리고 영어를 대하는 마음까지 완전히 확장시켜 주었다.
그 어색한 기차 안의 침묵은
나를 영어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게 만든
소중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영어는 더 이상 책 속 언어가 아니었다.
삶을 통째로 바꾸는, 살아 있는 언어가 되어가고 있었다.
@pexles by alexandre saraiva carniato
3편. 어색한 영어에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
배낭여행.
그 자유롭고 낭만적인 단어 안에는
사실 ‘어색함’이라는 조용한 그림자가 숨어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혀끝에서 맴돌기만 했고,
‘Excuse me’ 하나 꺼내기까지
숨을 몇 번이나 들이쉬었다.
내 마음과 말 사이엔 낯선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이 나를 자극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진짜 영어를 배워야겠다.”
연수를 결심했다.
우선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다.
이른 새벽,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마음만은 들떠 있었다.
영어연수라는 새로운 여정의 티켓을
조금씩 손에 쥐고 있다는 기분.
이미 다녀온 친구의 조언을 받아
지역과 학교를 정했고,
드디어 출국 날이 다가왔다.
@pexels by Jason Toevs
혼자 타는 첫 비행기,
처음 만나는 낯선 이의 집에서의 홈스테이,
새로운 언어, 새로운 문화, 새로운 하루.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나는 믿었다.
‘나는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결과를 가지고 돌아오자.’
그리고 정말,
좋은 홈스테이 아주머니를 만났고,
친절한 선생님들과 따뜻한 친구들이 나를 반겨줬다.
마치 나를 위한 무대가 준비된 것처럼.
이제 나는 그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일본인 친구를 사귀었다.
둘 다 영어가 모국어는 아니었기에
실수해도 부담 없이 웃으며 넘어갈 수 있었다.
그 친구와 보내는 시간은
언어 연습이면서도 마음을 나누는 진짜 대화였다.
친해지는 속도만큼 영어도 조금씩 자연스러워졌다.
주말이면 교회에 갔다.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여행도 함께 다니며
조금씩 낯선 공간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
한국어를 최대한 쓰지 않으려 애썼고,
그만큼 영어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 속도도 빨라졌다.
수업 시간엔 선생님께 발음 교정을 요청했고,
집에서는 홈스테이 아주머니에게
사소한 표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질문했다.
일본인 친구와는 말 그대로 영어로 살아갔다.
매주 화요일은 ‘영화의 날’이었다.
영화관 입장료가 놀라울 만큼 저렴했던 날.
영화를 보고, 영어를 듣고,
스크린 속 이야기를 따라 상상하고
내 말로 흉내내 보던 시간.
그 하루가 한 편의 수업이었고,
하루의 휴식이었다.
@pexels by Jay Brand
여름엔 공원에서 무료 셰익스피어 연극이 열렸다.
잔디에 앉아 햇살과 함께 즐기던 영어 연극.
언어를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역 축제도 빼놓을 수 없었다.
체리 한 봉지를 1달러에 사서
주머니 가득 넣고 천천히 걷던 거리.
그 모든 순간이,
말보다 깊은 영어 공부였다.
그렇게 어느덧
귀국 날짜가 다가왔다.
‘이제 좀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쉬움이 진하게 밀려왔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또 다른 기회로 이어졌다.
@pexels by Nick Kwan
복학 후, 원어민 교수님의 소개로
미국 인턴십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번엔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기회.
그곳에서 만난 곳이 바로 Lake Tahoe.
맑고 푸른 물,
작지만 깊은 그 호수는
내가 진짜 영어를 ‘쓰며 살아가는’ 공간이 되어주었다.
@pexels by Garrett johnson
처음에 Harrah’s Hotel의 아케이드에서 일했다.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관광객부터 현지인까지
수많은 억양과 속도의 영어가
나를 스쳐 지나갔다.
처음엔 어려웠다.
하지만 모르는 표현은 적어두고
쉬는 시간에 동료에게 물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내가 쓰는 영어의 ‘톤’이 생겼다.
미국 친구들과는
스페인어를 섞어가며 대화하기도 했고,
현지 직원들과는 일상의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가까워졌다.
이제 영어는 더 이상
시험을 위한 언어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듣고
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언어가 되었다.
그 여름,
나는 중고차를 샀고
운전면허 실기시험을 준비하며
진짜 현지인처럼 살았다.
길을 잃은 날도 있었고,
고객과 오해로 눈물 흘린 날도 있었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내 안의 ‘작은 서울’을 깨고
‘조금 더 넓은 나’를 만들어주었다.
그때 만난 친구들과는
지금도 SNS로 안부를 나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은 여전히 나에게
영어를 말하는 언어가 아니라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언어로 만들어 준
소중한 사람들이다.